캄보디아 소식 | 이치훈 선교사

주안에 사랑하는 동역자님들께,

캄보디아에 도착한지 딱 한주가 지났습니다. 지난 수요일부터 헤브론병원으로 출근을 했으니까 오늘까지 4일을 출퇴근했네요.

7시 반까지 출근인데 아침 여섯시에 기상 후 씻고 바로 출근을 합니다. 아직 차를 구입하지 못해서 한국의 카카오택시와 비슷한 패스앱을 사용해서 릭쇼라고 하는 오토바이 택시를 불러서 출근을 합니다. 10km 정도의 거리이지만 길이 좋지 못하고 오토바이와 차들이 많아서 3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매연과 비포장도로의 흙먼지 때문에 옷깃으로 대충 코와 입을 가리고 다니고 있네요. 출퇴근길에는 주로 설교말씀을 들으면서 이동을 하고 병원에 6시 50분 정도에 도착을 하면 큐티인을 가지고 개인 큐티 시간을 가집니다. 하루에 가장 행복한 시간 중 하나입니다. 하루하루 긴장하며 살아서인지 몸도 마음도 쉽게 지치지만 말씀을 묵상하며 조용히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시간이 몸과 마음과 영혼이 안식하는 시간입니다. 7시 반이 되면 현지 의사들과 함께 모여서 큐티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데 말씀 해석과 질문 등이 캄보디아어, 한글, 영어로 쓰여 있습니다. 현지 의사 서너 명이 돌아가면서 인도를 하는데 캄보디아어와 영어를 섞어 사용하며 인도를 하기 때문에 아직 충분히 알아듣지 못하지만 한글로 된 내용을 읽으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큐티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큐티 시간이 끝나면 8시부터 당직 레지던트의 당직보고 및 회진을 하고 9시부터 오전 외래진료가 시작됩니다. 현지인 레지던트가 많아져서 진료실이 여의치 않은 관계로 저는 외과 진료실에서 현지 레지던트 두 명, 그리고 정신과 의사이신 한국인 선교사님과 함께 진료를 보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1년 전 방문했을 때보다 한국 환자가 많이 줄어있었고 통역하시는 현지 직원이 다른 한국 의사의 통역을 하게 되면 저는 진료 없이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12시 반에 오전 외래진료를 마치고나면 전 직원이 환자가 대기하는 중앙 홀에 모여서 찬양 한곡을 부르고 기도를 하고나서 점심식사를 합니다. 한국인 선교사 및 봉사자들을 위한 식당이 따로 있어서 한국 음식에 가까운 식사가 제공되기 때문에 매번 참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식후에는 다른 선교사님들과 잠깐 교제를 나누거나 의사 방으로 올라와 휴식 또는 성경 통독을 합니다. 오후 2시부터 오후 외래진료가 시작되고 5시에 외래진료가 마치면 다시 모든 직원들이 중앙 홀에 모여 찬양 한곡을 부르고 기도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합니다. 몇몇 직원들을 뒷정리를 하고 퇴근을 하지만 의사들은 다시 병동에 모여 회진을 돌고 주치의들은 오더를 넣고 의무기록을 작성하고 퇴근을 합니다. 저는 회진이후 6시 정도에 퇴근을 해서 출근 때처럼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6시 반 정도에 귀가합니다. 가장 교통량이 많은 시간대라 오토바이 택시로 퇴근을 하면 온 몸이 흙먼지로 뒤덮여 곧바로 샤워를 해야 합니다. 저녁식사 후 아이들 숙제를 봐 주고 아이들을 재운 후, 나머지 밀린 일들을 하다가 10시반 혹은 11시 정도에 잠자리에 듭니다.

어찌 보면 한국에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삶의 패턴이지만, 크게 다른 점은 제가 무척이나 무능한 자의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캄보디아어는 문맹 수준이고 영어도 그리 수월하지 않아서 의사소통이 잘 안 되다보니 벙어리가 된 느낌입니다. 그리고 가정의학과 의사이지만 다양한 임상 경험이 적다보니 수많은 다양한 질환을 가지고 내원하는 환자들을 이미 많이 경험한 현지 의사들에게 의학적으로 큰 도움을 못주고 있어서 오히려 제가 현지 의사들에게 많을 것을 배워야하는 상황입니다. 1년 전 한 달간 방문했을 때에도, 이러한 고민 때문에 이곳이 하나님이 부르시는 곳이 맞는지가 큰 기도제목이었습니다. 기도 응답으로 저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이들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마음을 주셔서 온 것이지만, 막상 또다시 벙어리에 무능한 자의 모습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다보니 마음이 그리 편치만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나의 모습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설 때마다 나의 무능함을 인정하고 겸손히 배우는 자로 살아가기를 말씀해주시니 참 감사합니다. 나의 정체성을 언어의 탁월함과 의술의 탁월함에서 찾지 않고 갓난아기와 같이 철저히 무능하고 의존적인 존재임을 인정하고 왕 되시고 아버지 되시는 하나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고 의지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캄보디아 사람, 캄보디아어, 캄보디아 문화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 채 뭔가를 가르치는 위치에 서고 싶어 하는 왜곡된 욕구를 저의 무능함 때문에라도 막아주시니 감사합니다. 앞으로 3년간은 철저히, 가르치는 자가 아닌 배우는 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고자 합니다. 느려서 답답할 수도 있지만 멀리 보고 바른 길을 한 걸음씩 나아가고자 합니다.

그래서 다음 달부터는 오전에는 병원 사역을 하고 오후에는 캄보디아어를 배우며 1년간 지낼 예정입니다. 보통 선교사들이 2년간 언어를 배우는 것에 집중하는 것을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지만 여러 가지 여건상 오후시간을 병원 밖에서 보내는 것은 1년까지 가능할 것 같아, 1년 이후에는 저녁시간 혹은 점심시간에 따로 과외를 받는 형식으로라도 언어를 계속 배워갈 예정입니다.

지금 헤브론병원에는 60세가 넘어서 섬기러 오신 선교사님들이 여러분 계십니다. 그분들의 경험과 관록이 얼마나 섬김에 귀하게 사용되는지 모릅니다. 이분들을 보며 저는 생각합니다. 앞으로 내가 20년을 캄보디아에서 보낸다면 그분들 나이가 되는데 20년간 캄보디아 언어를 배우고 사용하며 또 다양한 의술도 배우고 경험하며 지낸다면 현지 의사들과 완전히 동화되어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꿈을 꿔봅니다. 그래서 더욱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으려고 합니다. 무능함에 자괴감이 들고 절망감이 찾아올 때마다 주님 앞에 서서 구원의 은혜를 묵상하며 다른 것에서 만족감과 자존감을 찾지 않고 오직 하나님 안에서 자족하기를 소망합니다. 아마 꽤 오랜 시간 이 영적 전쟁을 치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때마다 말씀과 하나님 앞에 바로 서서 승리할 수 있도록 기도의 손을 모아주세요.

차를 구입하는 것과 캄보디아어를 배울 곳을 결정하는 과정들도 인도하심을 받도록 위해서 기도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아내도 오전 시간에 캄보디아어를 잘 배울 수 있도록, 그리고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하며 지치지 않고 영육간에 강건하도록 위해서 기도해주세요. 그리고 사랑하는 딸 수아는 감사하게도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영어를 습득하는데 지혜를 허락하셔서 진학에 큰 어려움이 없도록 위해서 기도해주세요. 사랑하는 아들 영찬이는 한글도 떼지 못하고 영어는 전혀 모르는 상태로 학교에 가서인지 많이 힘들어해서 요즘에는 오전시간만 학교에서 보내고 돌아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것 같아 감사한데 영찬이도 영어 습득에 지혜를 주시고 학교생활에 즐거움을 경험하도록 위해서 기도해주세요.

저희 가정과 동행해주시는 존귀한 동역자님들께
사랑을 담아,
이치훈, 정주영, 수아, 영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