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소식 | 이치훈 선교사

주 안에 사랑하는 동역자님들께,

2019년을 마무리하며 캄보디아에서 소식을 전합니다.

본 노아엘!

성탄절을 뜻하는 캄보디아어 입니다. ‘은 명절, ‘노아엘은 노엘 이라는 뜻입니다불교의 나라인캄보디아에서 본 노아엘을 가장 기다리는 사람은 어쩌면 각종 상점과 쇼핑몰 사장님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빠른 곳은 11월 초순부터 크고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으로 가게를 꾸미고 각종 할인 혜택과 이벤트로 손님들의 발걸음을 끌기에 여념이 없습니다경제 발전으로 소비 수준이 늘어나면서 성탄절 당일에는 오전부터 쇼핑몰이 붐비는 것을 봅니다이쯤 되니 이 나라 사람들이 노아엘은 산타로본 노아엘은 산타 생일로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반면 헤브론 병원의 성탄은 조용하기 그지없었습니다개인적으로는 장인장모님의 방문으로 휴가를 낸 시기였지만헤브론 병원은 하루 휴진을 하고 전 직원들과 선교사들이 새벽부터 선물과 의약품 보따리를 바리바리 싸 들고 세 곳의 시골 마을로 이동 진료를 떠났기 때문입니다이 마을들은 헤브론병원에서 심장 수술을 받고 새 생명을 얻은 아이들이 사는 곳으로숨이 차서 맨날 누워만 있다가 수술 후 건강해진 몸으로 마을 구석구석을 뛰어다니는 아이의 모습 자체가 복음이 되는 곳입니다그러나 아직도 마음이 굳어 보고도 믿지 못하는 자들이 많이 있습니다성탄절이동진료라는 조그만 도구를 통해 또 한번 마을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김우정 원장님의 부재 가운데 새해를 맞게 되었습니다항암 치료에 차도는 있으시지만 부작용 때문에 추가적으로 치료를 받고 계십니다김우정 원장님의 건강을 지켜 주시고새해에도 맡겨진 일들을 충성된 종과 같이 날마다 잘 감당하는 헤브론병원이 되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저희 가족도 올 3월 캄보디아에 온 후 동역자님들께 나누었던 기도제목들을 되짚어 보며 한 해를 정리 해 보았습니다.

이 땅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하드웨어에 관한 기도제목들(차량언어 공부비자 등등)

모두 채워주시고 중간에 약간의 고난도 있었지만 우리의 처지에 알맞게 인도하여 주셨습니다이 땅에서 살아가는데 하드웨어적인 것들은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문제가 안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그저 집에 전등 하나 고치는 것 조차 하나님의 은혜로 허락된 것임을 고백할 따름입니다.

이 땅에 적응하는데 필요한 소프트웨어에 관한 기도제목들(심리 상태건강영적 상태)

중간중간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만 이 역시 결국에는 평안으로 인도하여 주셨습니다새해에도 계속 깨어있어 분별할 수 있도록 하여 주시고 육신과 마음의 건강을 지켜 주시기를 소망합니다.

사역에 관한 기도제목들(헤브론병원간호대 사역 및 큐티 모임)

난제가 많습니다사역 자체의 문제마음의 문제여건의 문제 등등 올해 사역은 그냥 빈 배인 것 같습니다캄보디아에 온지 1년도 되지 않았기에 이런 것들이 아직은 무의미할 수도 있고 오히려 이 땅에 아직 적응도 다 되지 않았는데 무엇이든 사역이라는 것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였던 것 일수도 있습니다만 그저 마음은 씁쓸하기만 합니다사역에 있어 난제들이 계속되는 사건들을 통해 지난 10개월 동안 이 땅에서 아무런 사건사고 없이 잘 지내온 것은 그저 은혜일 뿐적응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가게 하시든 멈추게 하시든, Yes 이든 No이든 아무런 응답이 없이 진행 중으로 남아있는 기도제목들도 많습니다여러 난제들 가운데 솔로몬과 같은 지혜를 주시고 번아웃(소진)되지 않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주변의 지체들에 관한 기도제목들(동료 선교사님뜻하지 않게 연결된 현지인들)

그들의 상황에 맞게 모든 것을 인도하여 주셨습니다신실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내년에는 올해보다 붙여주신 이웃들을 좀 더 돌아볼 수 있는 마음과 여건을 인도하여 주시길 소망합니다특히 현지인들의 구원을 위해서는 더욱 열심을 낼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자녀들을 위한 기도제목들(수아영찬)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순적하게 인도하여 주셨습니다수아의 치아 문제를 비롯한 건강의 문제들이 있었지만 치유하여 주셨고한국이라는 익숙한 환경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것에 시간차는 있었지만 수아와 영찬이 모두 지금은 안정을 찾았습니다수아가 어느 날 미션 스쿨로 옮기기 전까지는 진짜 힘들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울기도 했던 영찬이와 달리 수아는 늘 활기찼었으니까요수아에게 그런 줄 몰랐다고 하며 하나님은 너의 모든 것을 아신다고 말해주면서 정말 인간 부모는 믿을 것이 못 되는 것 같아 회개가 되었습니다또한 미션 스쿨로 옮기면서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는 아이들을 보면서 하나님의 질서 아래 아이들을 두는 것이 가장 좋은 보약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한국이든 캄보디아든 미션 스쿨이든 예배든 큐티든 어떠한 삶의 현장이라도 하나님의 질서 가운데 있을 수 있다면 그것이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환경이라는 것을 몸으로 깨닫게 해 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믿지 않는 가족의 구원에 관한 기도제목들(아버님형님 내외처제장인/장모님)

처제는 고난이 있을 때만 예수님을 믿습니다아버님형님 내외장모님은 여전히 예수님을 믿지 않습니다그러나 감사하게도 장인 어른은 이번 12월에 집 근처 교회에 드디어 등록을 하셨습니다아직 신앙이 확고한 것은 아니지만 교회에 적응을 위해 노력하시고 예배도 매주 빠지지 않고 드리십니다저희가 한국에 없는 상황이라 아무것도 도와드릴 수 없었지만 이단이 아닌 건강한 교회에 연결이 되었고(알고 보니 여기서 같이 큐티하는 선교사님의 파송 교회였음), 때마침 그 곳에 장인 어른의 지인이 출석하고 있음이 발견되어 지금은 그 집사님이 장인어른을 도와주고 계십니다하나님의 예비하심에 감사를 드립니다장인어른의 신앙 성장을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여러 가지 필요에 관한 기도제목들

저희 가정의 재정적 필요를 모두 채워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심지어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재정이 부족하게 되었을 때에도 여러 형태로 채워 주셨습니다그런데 헤브론병원과 간호대의 필요는 잘 채워지지 않고 있습니다고쳤지만 다시 고장 나 결국은 고장인 상태로 해를 넘기게 된 CT와 임기 만료로 떠난 의사 선교사들이 쓰던 책상들이 아직도 빈 자리로 있는 것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픕니다요즈음은 간호사들도 부족하여(월급이 많은 곳으로만 감병원의 필요에 대한 기도제목은 점점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현지인(의료진/환자)들에 대한 기도제목들

이들 때문에 왔지만 정작 이들을 위한 기도제목을 많이 내지 못했습니다핑계(?)이지만 캄보디아에서의 시간은 한국 보다 2배속으로 흘러갑니다오전에는 병원오후에는 언어 학교로 매번 장소를 이동해가며 지냈기에 더 정신 없이 흘러갔습니다그래서 현지 의사들을 교육하기는 커녕정작 그들의 진료 내용조차 찬찬히 살펴볼 수가 없었습니다불편하고 느린 병원의 시스템과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지인 환자들을 마주하게 될 때에는 기도 보다는 안타까움만 앞섰습니다이런 상황들이 불평과 불만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장 큰 기도의 제목이 되고힘써 지혜를 구하며 변화를 위한 실제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삶으로 나아가기를 소망합니다.

또한 진료실에서는 생전 처음 진료해보는 뎅기열 환자부터 말기 암 환자까지 참으로 다양한 환자들을 만났었습니다한국에서 가정의학과 의사로 지내는 동안에는 이렇게 스펙트럼이 넓은 환자군을 경험해보지 못했었기에제가 베풀기보다는 오히려 더 많이 배우고 경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의사에게는 진실로 환자가 가장 큰 스승입니다이런 저의 부족함 때문에 현지인 의사들에게 제가 의사로서 큰 도움을 줄 수 없어 종종 마음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현지인 의사 한 명 한 명과 교제하며 서로를 좀 더 알아가고현지인 환자도 통역 없이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사실지난 9개월간 저의 마음을 가장 사로잡았던 것은 캄보디아어 수업이었습니다캄보디아라는 나라그리고 캄보디아인들을 더 알고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제 안에 있음을 봅니다이를 위해서는 이들의 언어로 소통할 줄 아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하기에 어떻게든 수업에 지각/결석하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습니다병원 사역 때문에 언어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없는 터라 수업시간만큼은 고3처럼 공부했습니다여전히 듣기와 말하기는 갓난아기 수준이지만 배운 내용들을 반복학습 하며 실력향상에 힘쓸 생각입니다지난 40여년의 삶을 돌아볼 때시기마다 어떤 분야에 대한 관심과 열정들을 허락하셨던 은혜가 떠오릅니다올 한해 특별히 언어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허락하신 은혜에 감사한 마음입니다허나 감사로만 끝나지 않고 내년에는 현지인과 캄보디아어로 조금이라도 대화가 가능하여 그들의 마음이 열리고 만남이 더욱 풍성해지는 은혜가 있길 원합니다한편내년부터는 병원 사정 상 언어 학교를 다닐 수 없는 상황이라 주 2회정도 점심시간에 1:1 과외를 하려고 합니다시간 절약을 위해 가능하면 헤브론병원 직원 중에서 선생님을 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언어 선생님으로 적합한 현지 직원이 잘 연결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한 해를 돌아보며 무엇보다 이 모든 여정 가운데 동역자님들의 관심과 기도가 있었음을 알기에 고개 숙여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아울러 동역자님들과 가정에도 내년 한 해 하나님의 은혜가 충만하길 소망합니다.

 

사랑을 담아,

캄보디아에서 이치훈/정주영/수아/영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