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소식 | 이치훈 선교사

주 안에 사랑하는 동역자님들께

 

샬롬~캄보디아에서 문안 드립니다. 고국도 계속되는 코로나 문제와 폭우, 불안정한 시국으로 여러모로 고난이 많다는 소식에 중보하는 마음으로 소식을 전합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이 시대에 믿을 것은 오직 예수 밖에 없음을 고백합니다. 힘든 상황 가운데 동역자분들께서 오직 예수 이름으로 인해 평안을 얻고 매일매일 새 힘을 얻으시길 기도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들이 정지된 상황에서 캄보디아의 여름이 참 길게 느껴집니다. 그 와중에 아내는 지난 달에 이어 또 병상 일지를 쓰다시피 하며 살았습니다. 지난 달에는 벌레에 물린 팔의 칼로 도려내는 듯한 통증으로 고생을 하였는데 이번 달에는 초반에는 스트레스와 면역력 저하로 인한 염증성 질환으로, 중반에는 거실 바닥 공사를 하다 허리를 다쳐 요통으로 고생을 하였습니다. 다행히 염증성 질환은 얼마간의 항생제 투여로 완쾌하였고 허리 통증도 침상 절대 안정과 도수물리치료로 회복을 했습니다. 염증의 경우 부위의 특성상 항생제로 낫지 않으면 해당과 전문의의 수술적 처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이런 경우에 처하는 외국인(한국인 포함)들은 보통 프놈펜 중심가의 R 병원에 깔대기처럼 모이게 됩니다. 그나마 각 과 전문의가 있고 국제 규격에 가까운 진료와 처치, 간호를 제공하는 유일한 종합 병원이기 때문입니다. 허나 이 병원은 병원비가 비싸기 때문에 보험이 없으면 언감생심입니다. 보험이 없는 상황에서는 믿고 맡길 전문의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약간의 좌절이 되었습니다.

허리 부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아내에게 전화가 왔는데 집 바닥 공사(거실 바닥과 부엌 바닥의 바닥재가 낡아서 습기로 인해 다 들뜨는 바람에 싹 다 들어내고 새로 교체해야 했음) 때문에 잔 물건을 옮기다가 갑자기 허리에서 ‘뚝’ 하는 소리와 함께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못하고 있다고, 때마침 아이들이 집에 있어 수아에게 전화기 좀 갖다 달라고 해서 겨우 전화를 하는 것이라는 다급한 목소리였습니다. 가서 확인해보니 아내는 수아가 예전에 발가락뼈 골절 때 쓰던 목발에 의지하여 겨우 의자에 기대 앉아 있었습니다. 설마 이 젊은 나이에 척추 압박골절은 아니겠지 하면서도 혹시 모르기에 전문의가 있는 R 병원을 떠올렸지만 여기는 의사 상담 후 가벼운 약만 받아도 300불이 넘게 나오기에 일단은 절대안정을 하면서 지켜보기로 하였습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조금씩 줄어들고 약간의 거동이 가능하게 될 무렵 도수물리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선교사님이 연결되어 그 분의 도움으로 생각보다 빨리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위기를 잘 넘기게 하여 주셔서 감사하지만 한국처럼 전문의를 쉽게 만날 수 없다는 것, 만날 수 있다 해도 너무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 계속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헤브론 병원은 의료비는 저렴하지만 현지인 전문의는 내과, 소아과, 마취과 각 1명씩 뿐입니다. 지금 의사 선교사 중에는 저(가정의학과)를 비롯하여 외과, 정신과 각 1명씩의 전문의가 있지만 선교사들은 거취가 유동적이기 때문에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현지인 전문의의 양성이 꼭 필요합니다. 특히 두 달에 걸친 아내의 투병생활(?)을 보며 헤브론병원에 발생이 빈번한 질환을 다루는 정형외과, 외과, 산부인과 등의 현지인 전문의가 없다는 것이 큰 안타까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실 결혼 후 육아생활 10여년간 강철같이 강하고 건강했던 아내가 조금씩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대략 2년 전쯤부터였습니다. 그리고 거동도 못할 정도로 고통을 경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왜 이런 일들이 있을까 돌아보니 제가 뿌린 대로 거두고 있는 결과라는 것이 깨달아졌습니다. 최근에 아내와 대화를 하는데 아내가 고백하기를 자기는 지난 10년간 생과부로 살았다고 하더군요. 이게 무슨 말인가 하고 자세히 들어보니 지난 육아기간 10년 동안 저는 부재중 아빠일 때가 많았고 아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그 의중을 살피지 않고 그냥 듣고 넘겨버리는 경우가 참 많았습니다. 돌아보니 제가 퇴근 후 혹은 주말에 집에 있는 시간도 많이 있었지만 주로 제 고민과 걱정 속에 지낼 때가 많았고 그러다 보니 가족을 향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 깨달아졌습니다. 또한 지혜로운 아내의 말들을 저의 고집과 편견으로 쉽게 무시해버리거나 묵살하는 경우도 많았다는 것이 인정이 되었습니다. 얼마나 제가 들을 귀가 없었는지, 이것 때문에 아내가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 지가 아주 조금 깨달아지니, 그 동안 제가 의로운 줄 알고 살아왔던 삶이 얼마나 완악하고 어리석은 삶이었는지 회개가 되었습니다. 주님의 음성을 들으며 살고 싶다고 고백했지만 가장 가까운 사랑하는 아내의 의중도 모르고 살아왔다는 것이, 저의 신앙의 실체를 보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여전히 제 아집과 편견으로 아내의 말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할 때가 많지만 조금씩 듣는 귀가 더 열리고 아내와 자녀들에게 진심 어린 마음과 시간을 내어주는 아빠와 남편이 되길 소망합니다.

헤브론병원은 새로운 레지던트들을 뽑기 위한 면접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좋은 지원자가 뽑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뽑힌 레지던트를 잘 교육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데, 현지인 전문의도 부족한 상황이고 코로나로 인해 의사선교사들이 얼마나 지원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새로운 레지던트들과 기존 레지던트들을 위한 새로운 교안을 짜는 것이 약간은 막막합니다. 열악한 환경 가운데 최선의 교육 프로그램을 계획할 수 있도록 지혜를 구합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일시 중단 되었던 4건의 심장수술이 현지인 흉부외과 전문의의 집도로 은혜 가운데 마쳤습니다. 캄보디아 의사들은 한국처럼 딱 한 병원에서만 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다만 현지인 흉부외과 의사는 비교적 단순한 심장판막질환 수술만 가능하고 한국의 유수한 병원에서 오시는 흉부외과 수술팀들이 중한 환자들 수술을 주로 담당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한 환자들이 코로나 사태로 수술을 받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들도 조속히 수술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열려지길 기도 부탁드립니다.

헤브론병원의 사무직원 한 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해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 엉덩이 쪽이 20센치 가량 찢어지는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캄보디아는 통계로 하루 5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그 대부분의 원인은 오토바이 사고입니다. 현지인들의 SNS를 보면 잊을만하면 한 번씩 젊은 친구들의 사망 소식이 뜹니다. 이런 경우에도 오토바이 사고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인지라 직원이 큰 부상이긴 하지만 살아 있음에 감사가 되었습니다. 전 직원과 선교사들이 기도와 물질로 마음을 모았고 부상을 당한 직원은 처음에 현지 국립병원에 입원했다가 지금은 집에서 요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 직원의 회복을 위해 기도 부탁 드리고 헤브론병원의 대부분의 직원들이 오토바이로 출퇴근을 하고 있는데 이들의 교통 안전을 위해서도 기도 부탁드립니다.

수아와 영찬이 학교가 8월 말경 개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원래 이 나라 공립학교는 11월에 개학 예정이지만 교육부의 코로나 예방 지침에 부합하는 시설 기준을 갖춘 일부 사립학교들을 위주로 먼저 개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인의 관점에서 볼 때 이른 개학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최근 캄보디아에서는 입국자 의무 자가격리 14일을 시행하고 있는데 의무격리기간이 다 끝나가는 시점의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는 사례가 늘고 있고, 캄보디아의 느슨한 감시체계를 틈타 자가격리를 지키지 않는 입국자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더운 나라에서 아이들이 장시간의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거리두기를 얼마나 해낼 수 있을 지도 의문입니다. 아이들은 그저 어른들의 결정에 따라 학교를 갈 수 밖에 없습니다. 결정권을 가진 자들에게 명철을 주시고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보호하심 가운데 학교가 다시 열리길 기도 부탁드립니다.

또한 동역자분들의 기도 덕분에 장인어른이 위 선종 제거 시술을 잘 받으셨습니다. 조직검사 결과가 8월 6일 나온다고 하는데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기를 기도 부탁 드립니다. 또한 이러한 일들이 아직 예수님을 믿지 않는 장모님께 구원의 기회가 되길 기도 부탁드립니다.

사랑을 담아 치훈/주영/수아/영찬 드림

<기도제목>

1. 저희 가족의 영육간의 강건함을 위해

2. 특별히 제가 아내와 자녀들의 말을 잘 ‘들을 귀’가 생기도록

3. 캄보디아인 전문의가 더 많이 양성되어 전문의에게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문턱이 조금씩 낮아지도록

4. 신규 레지던트 선발을 인도하여 주시고 레지던트 교육안이 잘 마련될 수 있도록

5. 교통사고를 당한 직원의 회복과 헤브론 전 직원의 교통 안전을 위해

6. 캄보디아 학교들의 개학이 신중하게 결정되고 하나님의 보호하심 가운데 이루어 지도록

7. 장인어른의 건강과 믿지 않는 가족들(아버님, 친정엄마, 아주버님 부부) 구원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