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소식 | 이치훈 선교사

주 안에 사랑하는 동역자님들께,

 

샬롬~캄줌마 정주영 선교사 입니다.

하루하루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가운데 문득 아이들 등하교로 툭툭을 탈 때 마다 풀풀 날리는 도로변의 흙먼지가 콕콕 눈 속을 찌르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제 슬슬 캄보디아의 건기가 시작된 것입니다. 햇볕도 얼마나 강하게 내리쬐는지 지난 달 정말 유례없는 홍수를 겪었었던 기억이 무색해질 정도입니다. 길고양이들도 한 점 그늘을 찾아 잽싸게 배를 깔고 엎드립니다. 캄보디아의 건기는 또 한번의 시작입니다. 비가 오지 않을 때 사람들은 결혼식을 하고, 건물을 짓고, 이사도 합니다. 우기 동안은 하지 못하고 계획만 세워 놓았던 일들을 이제는 다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우기 동안 잠시 주춤했던 관광경기도 다시 기지개를 켜게 됩니다. 이렇듯 캄보디아에서는 한 해의 끝은 없고 늘 새로운 시작들만 있는 것 같습니다. 고국의 동역자님들도 날마다 새로운 성령의 힘으로 하루하루 걸어가실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캄보디아는 코로나가 잠잠했으나 이달 초, 훈센 총리가 확진자와 접촉하는 바람에 난데없이 2주간의 휴교령이 내려졌습니다. 거듭된 검사에서 훈센 총리가 음성이 나오면서 휴교령은 감사하게도 2주만에 해제되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집에서 온라인 큐티 부흥회를 참여할 수 있었던 것도 감사하였습니다. 프로그램 중 아이들이 볼 수 있는 큐지컬(큐티+뮤지컬)이 있어 수아와 영찬이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부흥회 설교와 간증을 통해 코로나라는 고난을 불평하지 않고 기한이 찰 때까지 잘 당해야 한다는 것에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평안도 잠시….최근 몇 달간 확진자는 해외유입이 뿐이었고 지역사회 감염은 제로였는데 바로 며칠 전, 캄보디아 정부 고위직 관료 일가족이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진을 받은 것입니다. 관료 가족이 갔던 동선을 추적해 방문 장소들을 폐쇄하고 밀접접촉자 추적을 하던 중에 또 다른 고위관료 부인들이 지역사회 감염으로 추가 확진 되면서 또다시 2주 휴교령이 내려진 상태입니다. 수아, 영찬이는 이제 코로나라는 단어보다 휴교라는 단어가 더 청천벽력같이 들린다 할 정도입니다. 올해 초의 지역사회 감염은 비교적 순탄하게 잠잠해졌지만 이번에도 그리 될 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캄보디아는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의 코로나가 안정을 위해 기도 부탁 드립니다.

 

헤브론병원의 환자들을 위해 기도 부탁 드립니다. 이번 달에는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날마다 자동으로 묵상하게 될 정도로 안타까운 환자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지난 달 기도를 부탁 드렸던 불법체류 환자는 기적적으로 건강이 좋아져서 퇴원을 했습니다. 그러나 불법체류 벌금을 해결하지 못했는지 결국 추방을 선택했다 합니다. 추방 선고를 받으면 2주간 감옥살이를 해야 하고, 추방 기록 때문에 다시는 캄보디아 땅을 밟을 수 없습니다. 이번에는 환자에게 큐티책을 선물하고 교회를 추천하며 한국에 돌아가면 꼭 가보라고 권면하였습니다만 건강이 다시 나빠지지는 않을지, 과연 사람들 가운데 나아갈 용기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또 유비저균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세균에 감염된 선교사님도 계십니다. 흙을 매개로 하기 때문에 더러운 환경에서 잘 걸립니다. 유비저균 사례는 벌써 두 번째인데 다행히 이번에는 경한 사례였습니다. 하지만 워낙 독한 세균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2주간 입원하여 항생제 주사를 맞고 퇴원 후에도 3달간 항생제를 먹어야 합니다. 현지인 환자 중에는 실수로 강산성을 띈 액체를 물로 착각해 마셔버린 환자가 있었습니다. 이 환자는 시골 마을에서 서양인 선교사가 데리고 왔습니다. 그런데 들어보니 평소 마약을 복용하는 정황이 있었습니다. 마약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서 그랬나 싶습니다. 손상된 위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환자의 좋지 않은 예후와 보호자의 황망한 표정을 볼 때 착잡하기만 합니다. 캄보디아의 시골에는 마약을 단속하는 경찰도 있지만 마약을 판매하는 경찰도 있습니다. 또 시골을 구경하러 간 외국인에게 현지인이 귀한 손님이 오셨다고 알약 하나를 내밀길래 혼비백산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한국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들입니다. 헤브론병원의 환자들이 주님의 위로와 인도하심을 경험하고 말씀이 들리는 기적이 있기를 기도 부탁드립니다.

 

헤브론병원의 투석실과 호스피스 사역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기도 부탁 드립니다. 오픈 직전 코로나 때문에 의사, 간호사 선교사들이 각자 고국으로 돌아가고, 캄보디아 입국도 어려워지면서 잠정적으로 오픈이 연기된 것이 이렇게 오래 갈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습니다. 지금 시국에 오픈이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캄보디아 최고의 최신식 장비를 그 누구도 이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 마음이 아픕니다. 특히 병원 직원의 가족조차 투석실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2년차 레지던트 한 명의 어머니가 신부전으로 오래 전부터 계속 외부 병원에서 투석을 받고 계십니다. 그런데 이 어머니가 이번에 백내장 수술 경과가 악화되어 재수술을 하게 되었다고 레지던트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였습니다. 외부 병원은 오래되거나 중고 기계로 운영하는 곳이 많고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나마 비교적 신식인 기계에 전문인력까지 갖춘 곳은 비용이 더 비싸기 때문에 부유층이 아니면 감히 엄두조차 낼 수 없습니다. 투석실, 그리고 호스피스 사역의 재개를 위해 가장 급선무인 것은 신장내과와 말기암 환자의 보존적 치료를 담당할 수 있는 의사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시급한 것은 전문 지식을 갖춘 간호사 확보입니다. 하나님의 방법으로 필요한 의료진들을 채워 주시기를 기도 부탁드립니다.

 

한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지금 다시 한국이 거리 두기 2단계에 또 2.5단계로 곧 진행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시아버지와 친정 아버지는 과거 폐질환의 기왕력이 있으십니다. 이제 100일을 넘긴 조카도 있습니다. 남아있는 가족들의 건강과 안전, 구원을 위해 기도 부탁 드립니다. 최근 예수님을 믿게 된 가족들 중 친정아버지는 이 시국에도 예배에 열심을 내어 예배를 잘 드리고 계십니다. 하지만 친정 여동생은 예수님 영접 이후 양육이 없었기 때문에 항상 위태위태 했습니다. 그러다 지방 발령을 가게 되면서부터는 더더욱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다 코로나를 계기로 그만 믿음에서 흘러 떠내려가고 말았습니다. 사실 친정 여동생이 흘러 떠내려간 것은 지금까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때마다 하나님께서 고난을 통해 다시 부르셨는데 딱 그 때만 반짝 믿음이었습니다. 이번에 지방 발령을 끝내고 다시 서울로 복귀하게 되었는데 다시 교회에 나가고 흘러 떠내려가지 않는 견고한 믿음도 생기도록 기도 부탁 드립니다.

 

남편은 요새 고민이 많습니다. 남편의 말을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벌써 한 해의 마지막 달이 왔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을 정도로 시간이 빨리 흘렀습니다. 내년 3월이면 캄보디아에 온지도 만2년인데 내가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인지 삶의 방향은 맞는 것인지 조금씩 생각하게 됩니다. 현지 의사들의 신앙과 의술의 성장을 소망하며 고국땅을 떠나온 삶이었는데 실력도 없으면서 꿈만 컸다는 생각도 듭니다. 현지 의사들과 함께하는 아침 큐티시간 30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긴 하지만 신앙의 본이 되기보다는 나의 연약함과 신앙의 뜨뜨미지근함을 고백하는 시간이 되어버렸고, 오전 진료시간은 현지 언어습득의 중단으로 통역 없이는 현지인 진료가 불가능해 주로 한국인을 진료하는 시간이 되어버렸고, 오후 시간에는 현지 레지던트들과 의학공부 시간을 가지지만 두서 없는 커리큘럼으로 인해 현지 의사들에게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는 그런 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현지 의사를 섬기겠다는 꿈을 꾸며 캄보디아에 온 것이지만 실상은 내가 하나님께 선교를 당하기 위해 온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선교사라고 하기에는 너무 부족한 나의 신앙과 인격의 모습들을 보게 될 때마다 지위와 직책에 착각하지 않고 하나님의 본질적인 부르심인 하나님의 자녀로, 거룩한 성도로, 더 나아가 예수님을 닮아가는 제자로의 부르심을 기억하며 하루하루 십자가의 은혜 가운데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남편이 부르심을 기억하고 십자가 은혜 가운데 거하고 저 역시 돕는 배필의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저희 가족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도 기도 부탁 드립니다.

 

사랑을 담아 치훈/주영/수아/영찬 드림

 

<기도제목>

1. 캄보디아의 코로나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아 주시도록

2. 헤브론병원의 환자들이 주님의 위로와 인도하심을 경험하고 말씀이 들리는 기적이 있도록 

3. 혈액투석실과 호스피스 사역 재개를 위해, 이를 담당할 전문의사와 전문간호사 확보를 위해

4. 한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건강과 구원을 위해, 특히 친정 여동생의 신앙 회복을 위해

5. 이치훈 선교사 부르심을 기억하고 십자가 은혜 가운데 거하며 정주영 선교사 돕는 배필의 역할을 잘 감당하도록

6. 저희 가족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