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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 이치훈, 정주영 선교사



주 안에 사랑하는 동역자님들께,

 

어느덧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다 되었네요. 동역자님들의 한 해는 어떤 시간들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열악한 캄보디아 땅에서 큰 사건사고 없이 지낼 수 있었던 것, 온 가족이 건강히 지낼 수 있었던 것, 헤브론병원에서 현지 의사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 자녀들이 행복하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 등등,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님 앞에 어떤 열매를 맺었는지 생각하면 그저 부끄럽고 죄송스럽기만 합니다.


대다수 동역자님들은 선교지에서의 삶이 뭔가 특별하고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제게는 한국에서의 삶과 동일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곳입니다. 헤브론병원 안에서의 생활은 스트레스도 상당하고 고단한 시간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봉직의 생활을 할 때가 몸도 마음도 더 편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고단한 현실 속에서 선교사이기 이전에 성도로 바로 서서 살아가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보니, 동역자님들이 일터와 가정에서 겪고 있을 어려움들, 영적 고민들과 갈망들을 저도 동일하게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답니다. 캄보디아에 온지가 벌써 만5년 가까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헤브론병원에서 삶이 감사하면서도 힘겹고, 익숙해진 듯 하면서도 낯섭니다. 그나마 지금까지 하루하루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지금 이곳이 하나님께서 나를 불러 세우신 곳이라는 부르심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지낼 때와 유일하게 다른 것이 있다면, 선교지에서는 이러한 소명의식이 좀더 분명하게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아마 이마저도 없었더라면 이 곤고한 곳에서 하나님을 바라보며 살아가기란 불가능할 것이기에, 주님께서 특별히 허락하신 은혜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헤브론병원은 중요한 변화의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주 좋지도 아주 나쁘지도 않은 정도의 의료의 질과 무료진료로 현지인들을 섬기는 고전적인 선교병원의 모습에서 탈피하여, 이제는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자생력을 가진 현지 병원으로 거듭나야만 하는 시점에 서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변화의 시기는 늘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동반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변화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구성원들 가운데서도 서로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변화의 속도나 방법의 차이에 있어서도 이견이 생기고 갈등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리더십의 자리에 있다 보니 여러 방면의 지혜와 더 많은 소통 능력, 상황 판단력, 그리고 결단력도 있어야 되는데 모두 다 제게는 많이 부족한 자질들이라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런 갈등과 어려움 속에서 그나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현지 의사 리더십을 세워가는 것입니다. 지난 5년간 현지 의사들과 함께 하면서 항상 들었던 생각은, 이들이 열악한 캄보디아가 아닌, 제가 경험한 교육 환경 및 의료 환경 속에서 자라왔다면 얼마나 훌륭한 의사가 되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저보다 더 똑똑하고 더 지혜롭고 더 환자를 사랑하는 현지 의사들이 많기에, 함께 논의하고 생각을 모으고 책임과 권위를 동시에 부여해준다면, 저보다 훨씬 더 훌륭하게 병원을 잘 세워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새해에는 그 동안 능력 없는 제가 꾸역꾸역 감당해왔던 진료부장 자리에 현지 의사를 세우고, 이 현지인 진료부장을 도와 함께 중요한 일들을 의논하고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진료팀 리더들을 세우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그 동안 제가 해왔던 업무들을 인계하고, 적극적으로 돕고 지지하는 시간으로 보내고자 합니다. 그래서 이후에는 현지 의사들이 리더십의 자리에서 선교사들보다 더 잘 병원을 세워가고 섬겨갈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특별히 진료부를 비롯한 병원 리더십의 자리에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현지 의사들이 잘 세워질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또한 내년에도 현지 의사들과 함께 하는 소그룹별 큐티 시간과 수요 점심 기도모임 시간에 하나님의 임재와 은혜가 넘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사실 이 시간들을 제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기도 하지만, 제 안에 경건의 능력이 없어서 현지 의사들이게 영적인 선한 영향력을 별로 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시간이기도 합니다. 물론 한 영혼이 은혜를 경험하고 인격과 삶이 변화되는 것은 철저히 성령 하나님의 역사로만 가능하지만, 하나님의 사람을 통해서 역사하시기를 즐겨하시는 하나님이시기에 제가 그 복되고 거룩한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내가 먼저 하나님의 사람, 순종의 사람, 거룩의 사람이 되도록 더욱 애쓰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헤브론병원이 하나님의 임재와 인도하심 가운데 직원들에게 보람 있는 일터요, 행복하고 즐거운 일터가 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안타깝게도 캄보디아에서는 성탄절이 공휴일이 아닙니다. 헤브론병원은 법정 공휴일만을 따르고 있다 보니 성탄절에도 진료실을 열어야 했지만 기독교병원이요 선교병원으로서 성탄절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기에 오후 진료는 닫고 성탄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올해는 성탄절이 월요일이어서 매주 월요일 아침에 있는 전 직원 예배 때 성탄 예배를 드렸던 지라 오후 성탄 행사는 주로 노래와 춤으로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개원 16주년 기념행사 때도 느꼈던 것이지만 캄보디아 사람들이 평소에는 무척 차분해 보이나 내면에는 흥이 있는 민족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성탄 행사를 마칠 무렵에는 모두 함께 음악에 맞춰 캄보디아 전통 춤을 추면서 원을 그리며 도는 시간이 있었는데 음악 몇 곡이 지나가도 그칠 줄 몰라서, 귀가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이제 그만하고 선물을 나눠주고 마치자고 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현지 직원들을 볼 때, 항상 헤브론병원이 이들에게 더 좋은 직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헤브론병원이 하나님의 임재로 충만한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생깁니다. 하나님의 임재가 있는 곳에는 고난과 인내 뿐 아니라 기쁨과 감사와 행복 또한 넘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새해에는 헤브론병원이 변화의 파도 가운데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이런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도 염려가 되다 보니, 하나님의 도우심과 인도하심을 더욱 간구하게 됩니다. 

아내와 자녀들을 위해서도 기도 부탁드립니다. 아내는 이번 달 헤브론 카페 사역을 비교적 만족스럽게 평가하였습니다. 특별히 12월 한 달 동안 카페가 예수님의 탄생을 알리고 성탄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귀하게 잘 사용되었고, 카페의 주된 섬김 대상인 헤브론병원 직원들도 평소보다 더 많이 카페를 이용하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심리적으로 큰 상실감과 공허함을 가져오는 사건이 있어서 그에 대한 회복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아내는 워낙 잘 털고 일어나는 편인데도 이번에는 어찌된 일인지 한 달이 다 가도록 심경 변화의 진전이 없습니다. 지면 관계상 다 나눌 수는 없지만 이를 위해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이들은 3주간의 짧은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는 중이고 1월 8일이면 다시 개학을 하게 됩니다. 무더운 날씨에 체력이 소진되었는지 영찬이, 수아 모두 방학을 시작하자마자 차례로 아프다가 이제서야 다 회복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질병과 사고 없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새해에는 저희 가정과 동역자님들 모두 주님의 풍성한 은혜를 더욱 많이 알고 믿고 누리는 삶을 살뿐만 아니라, 순종의 삶을 잘 살아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열매를 많이 맺어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드리기를 소망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랑을 담아,

이치훈, 정주영, 수아, 영찬 드림  

         

<기도제목>

1.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현지 의사들이 병원의 리더십으로 잘 세워지고, 제가 이들을 잘 도울 수 있도록

2.    헤브론병원의 변화를 이끌어가야 하는 상황 가운데 필요한 지혜와 능력을 공급해주시도록

3.    현지 의사들과 함께 하는 소그룹 큐티 시간과 수요 점심 기도모임 시간에 하나님의 임재와 은혜가 풍성하도록

4.    헤브론병원이 하나님의 임재와 인도하심 가운데, 직원들에게 보람 있는 일터요, 행복하고 즐거운 일터가 될 수 있도록

5.    아내의 심리적 회복과 개학하는 자녀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6.    한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구원과 건강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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