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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 이치훈, 정주영 선교사



주 안에 사랑하는 동역자님들께,


2024년 새해도 어느덧 한 달이 다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40대 중반이 되고 보니 새해 다짐이라는 것도 부질없어 보이고 그저 하루하루를 주님 안에서 잘 지내보자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되는데, 이 또한 방향성이 없이 혹은 미래에 대한 준비 없이 살아가는 온전하지 못한 삶이란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그렇다고 뭔가를 거창하게 계획하거나 준비하는 것도 많은 에너지가 들어서인지 쉽사리 새롭게 계획을 세우거나 각오를 다지지도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그저 여전한 방식으로 큐티를 하고, 통독을 하고, 하루하루 맡겨진 일들을 감당해 가는 것에 덧붙여, 좀더 깊은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고픈 소망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르짖어 기도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그런 자리를 찾지 못해서, 아니 만들지 못해서, 시원치 못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꼭 부르짖어 기도하지 않더라도 주님 앞에 잠잠히 머물러 주님께서 부어주시고 새롭게 하시는 생명력을 가지고 가정과 병원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하는데, 이런 저를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헤브론병원은 외국팀의 방문이 많은 한 달 이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다시 헤브론병원을 찾은 호주, 홍콩, 미국의 의료선교팀들이 와서 진료, 수술, 강의 등으로 열심히 섬겨주고 돌아갔습니다. 호주팀 멤버 중에는 5년전 의대생의 신분으로 헤브론병원에 왔다가 이제는 어느덧 레지던트 3년차가 되어 현지 의사와 함께 소통하며 진료도 하고 강의도 하는 쌍둥이 형제가 있었는데, 이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세계 의료선교는 이런 젊은 친구들이 이끌어 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기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방문하신 외과 선생님은 정형외과 레지던트인 아들과 함께 오셨는데, 원래는 외과 수술만 계획하고 왔다가 우연찮게 간단한 정형외과 수술 두 건이 생겨 아들이 그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60대 초반이신 이 외과 선생님은 꽤 오래 전부터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수술로 섬기셨는데, 그때마다 이 아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의료봉사의 삶을 보여주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들이 자기의 재능으로 섬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그 동안 데리고 다닌 보람이 있다며 참 기뻐하며 미국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이 의사 아버지와 아들을 보면서 하나님께서 이 가정을 참 기뻐하시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재능을 가지고 섬기는 삶을 살기를 원했고, 이 보람있고 가치있는 삶을 아들도 알고 경험하고 살아가기를 소망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세상은 이렇게 하나님의 은혜를 알고 그분의 뜻대로 살기를 원하는 하나님의 백성들을 통해서 주님의 뜻대로 변화되어가고 있음을 믿습니다.


병원의 변화 시기와 맞물려 안타까운 결정을 해야만 했던 한 명의 스텝 의사를 위해서도 기도 부탁드립니다. 안과 파트를 맡고 있는 Y의사는 현지 스텝 의사 중에서 가장 환자 수가 적어서 병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늘 한가하게 보내게 되는, 어찌 보면 안타까운 상황에 있는 의사입니다. 그런 자신의 처지가 많이 불편했는지 앞으로는 오전 파트타임으로만 근무를 하고 싶다고 알려왔습니다. 매일 아침 늦지 않게 와서 큐티 소그룹을 인도하는 신앙이 참 좋은 친구이고, 수요 점심기도회의 리더이기도 해서 그렇게 결정한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지만, 스텝 의사로서 별로 하는 일 없이 지내야 했던 것이 참 마음이 많이 힘들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제 마음도 좋지가 않았습니다. 그간 Y의사는 안과를 맡아왔기는 했지만 전문의가 아니다 보니 백내장 수술을 한다든지 등등 실제적인 활동에 많은 제약이 있어왔습니다. 안과의사로서 활동을 잘할 수 있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너무 안타깝습니다. 사실 헤브론병원의 초창기부터 함께해오고 있는 대다수 스텝 의사들이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인데,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캄보디아의 의료 상황과 이에 발맞추어 변화를 꾀하고 있는 헤브론병원의 모습을 볼 때, 이 친구뿐만 아니라 다른 일반의 스텝 의사들도 마음이 편치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중요한 변화의 시기에 헤브론병원의 현지 의사들이 위축되지 않고, 좀더 열심을 내어 자신의 실력을 업그레이드 하고, 한 마음으로 하나되어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기도의 손을 모아주세요. 그리고 제가 이들을 잘 위로하고 격려하는, 화평케 하는 자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또한 가정의학과 의사로서 헤브론병원의 가정의학과 레지던트들, 특히 1년차 레지던트들에게 외래에서 흔히 접하는 질환에 대한 접근법과 치료에 대해서 잘 가르쳐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다른 행정적인 일들로 바빠지면서, 그리고 교육수련부장 섬김을 후배 선교사에게 넘기게 되면서 레지던트 교육을 거의 하지 않고 지냈었는데, 이번 달에 우연히 두 차례 1년차 레지던트들에게 교육을 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 스스로 별것 아닌 지식이라 여겨지는 내용들이기도 했지만, 이 친구들이 추후 수련과정을 마치고 헤브론병원을 떠나게 되면 주로 외래진료를 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기에, 그 동안 제가 한국에서 가정의학과 의사로서 배우고 경험했던 것들을 나누어주는 것이 이들이게 여러모로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고 또 이들이 배움에 갈급해 하는 모습들을 보니, 앞으로도 종종 시간을 내서 이런 교육의 시간을 가져야 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현지 의사들의 신앙교육 뿐만 아니라 의학교육도 너무 중요한데, 제가 우선순위를 가지고 현지 의사들을 잘 섬겨갈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특별히 오늘 이른 새벽 비행기로 미국으로 후송을 가신, 80세가 넘으신 C선교사님을 위해서 기도 부탁드립니다. C선교사님은 오랫동안 미국에서 치과의사로 사시다가 환갑의 나이에 캄보디아에 의료 선교사로 오셔서 십수년간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하시고 많은 제자들을 길러내신 헌신적인 선교사이십니다. 이번에 잠깐 단기선교 차 방문하셨다가 넘어지시면서 대퇴경부가 골절되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가족들이 있는 미국으로 후송하게 되었는데, 감사하게도 후송 준비를 위해 헤브론에서 대기했던 일주일간의 입원기간 동안 별 탈없이 지내셨고 통증도 경구약으로 잘 조절되었습니다. 항공사에서 의료진 동반 탑승을 요구하여 곤란한 상황이었는데 마침 간호사인 따님이 미국에서 급하게 들어와 선교사님을 모시고 가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국 후송 및 수술, 회복 과정이 순적히 이루어져서 쾌차하실 수 있도록 함께 기도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저희 가족을 위해서도 기도 부탁드립니다. 무엇보다 이번 달에는 영찬이가 장염 증세로 자주 아파서 헤브론병원에서 링겔을 두번이나 맞았습니다. 캄보디아 여건 상, 가족들이 교통 안전을 비롯한 안전사고의 문제, 무더운 기후와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인한 질병의 문제에 항시 노출되어 있는데, 그저 최대한 조심하면서 하나님께서 지켜주시도록 간구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와중에 아내는 여러가지 사건들로 번아웃이 왔습니다. 아내가 잘 회복할 수 있도록, 그리고 한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구원과 건강을 위해 위해, 특별히 중국에 주재원으로 가게 된 처제가 잘 정착하고 신앙도 회복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사랑을 담아,

이치훈, 정주영, 수아, 영찬 드림


<기도제목>

1. 주님께서 부어주시고 새롭게 하시는 생명력을 가지고 가정과 병원에서 섬기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2. 안과 Y의사의 진로를 선하게 인도해 주시고, 다른 스텝 의사들의 영적 성장과 실력 성장을 위해

3. 사랑과 자비의 마음 그리고 지혜를 주셔서 현지 의사들을 잘 섬겨갈 수 있도록, 특히 1년차 레지던트들에게 제가 받은 지식과 경험을 잘 전수할 수 있도록  

4. 미국으로 후송가시는 C선교사님의 여정과 치료과정의 순적함과 쾌차를 위해서

5. 온 가족의 건강과 안전, 특히 잦은 장염으로 고생을 한 영찬이의 회복과 건강을 위해  

6. 한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건강과 구원, 그리고 중국에 주재원으로 간 처제의 순적한 정착과 신앙 회복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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